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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이도성/전직 대통령들이 해야 할 일

입력 | 1998-07-27 19:21:00


김대중대통령과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씨 등 생존한 전직 대통령들이 31일 청와대에서 부부동반으로 만찬회동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김대통령은 이 모임의 성사를 위해 자신의 정무수석비서관을 전직 대통령들 자택에 일일이 보내 초청의 뜻을 전했고, 전직 대통령들은 정중함에 만족해 하며 쾌히 그 뜻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사생결단식의 정변과 권력쟁투의 와중에서 한때 정적(政敵), 아니 ‘불구대천지수(不俱戴天之讐)’ 관계였던 전 현직 대통령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수십년 우리 정치사에서 거의 구경할 수 없었던 희귀한 일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그 의미가 작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갖가지 감회와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치 이벤트’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 현직대통령이 한 자리에 모여 정치적 공과든, 개인적 관계든 과거의 앙금을 털자며 화기애애하게 만찬을 즐기는 장면을 감회와 흥미의 대상으로 지켜볼 만큼 우리의 현실은 여유롭지 못하다. 물론 회동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그 성격과 의미를 놓고 성급하게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나 적어도 지난 며칠사이 벌어졌던 상황들을 보면 어이없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특히 전, 노씨가 자택을 방문한 정무수석에게 했다는 얘기부터 그렇다. 전씨는 “(나를 정식으로 청와대 만찬에 초청하니) 이제 나라가 돼가는 것 같다”느니 “지역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느니 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 또 노씨는 “잘못됐건 잘됐건 과거를 교훈삼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풍토가 아쉽다. 여러차례 그런 (과거단절의)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이 시대를 책임지고 있는 분들은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전, 노씨가 도대체 누구인가. 그들이 무슨 ‘죄’로 수의(囚衣)를 걸치고 나라를 치욕의 수렁에 빠뜨렸는지를 구구하게 재론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건 국민 모두가 너무 귀가 닳도록 들어온 얘기니까…. 다만 그들 또한 김영삼씨와 함께 천문학적 규모의 정치자금 조성, 권력형 부패와 비리 등으로 오늘날 나라꼴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이라는 점만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는 얘기다.

모르긴 몰라도 이번 회동을 갖게 된 배경은 아마 사실상 여권의 패배로 끝난 지난 7·21 재 보선인 듯하다. 선거결과가 나오자마자 청와대측이 회동계획을 밝힌 것도 그렇지만 정무수석이 전, 노, 김씨 등에게 “대통령이 지역갈등을 해소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갖고 있으니 앞으로 도와주고 지원해주기를 각별히 요청한다”고 말했다는 것을 보면 회동 목적은 더욱 확실해진다.

그동안 김대통령과 여권은 ‘TK정서’니 ‘PK정서’니 하며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 ‘논리도 명분도 없는 정치현상’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 해결책도 그 현실적 바탕에서 찾아보자는 심산인지 모르나 그건 정도(正道)도 아니고, 적확한 진단이나 처방도 아니다.

아무튼 기왕에 갖기로 한 만찬회동이라니 한마디 덧붙일 말은 “한때 대통령을 지낸 입장에서 오늘의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자성론이라도 준비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라도 민초들의 심화(心火)를 염두에 둔다면 불투명하게 얼버무리고 있는 부정(不淨)한 재산부터 투명하게 사회에 환원시키라는 것이다.

이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