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을 쏘는데 방해가 된다며 한쪽 가슴을 도려낸 채 전쟁을 하던 그리스 신화속의 여인전사 ‘아마조네스’는 실재 인물들이었나.
우랄산맥 남쪽의 중앙아시아 평원지대에서 2천5백여년전 것으로 추정되는 여인전사들의 무덤이 발굴돼 아마조네스의 실존 여부가 고고학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 르 피가로지는 22일 ‘아마조네스의 전설을 일깨운 발굴’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과학잡지 ‘인도 유러피언 연구 저널’에 실린 여성고고학자 제닌 데이비스 킴벌의 논문을 소개했다.
킴벌은 95년 미국 러시아 합동발굴조사단의 일원으로 중앙아시아 평원에서 발견된 1백47기의 고분발굴에 참여했다. 고분중 일부 여성의 무덤에서 창과 칼 등이 출토됐다. 특히 무기와 함께 매장된 14세 정도 소녀의 다리뼈는 활처럼 휘어 있어 오랫동안 말을 탔음을 알 수 있게 했다. 다른 여성의 무덤에서는 보석과 장신구가 함께 발견됐다. 학자들은 여성들의 역할과 지위가 주부 전사 등으로 다양하게 나뉘어졌던 것으로 추정했다. 아기와 함께 묻힌 여성은 없는 반면 일부 남성의 무덤에서는 아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고분의 주인은 사르마트와 소로마트라 불리는 유목민들. 발굴단은 출토된 유물을 바탕으로 이들이 가축이 먹을 목초를 확보하기 위해 4∼5가구씩 그룹을 지어 몇㎞씩 거리를 두고 흩어져 살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방어를 위해 여성들이 남자처럼 싸우는 법을 익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킴벌은 고분 발굴지역 근처에서 활을 멘 채 말을 타고 다니는 70세된 카자흐여성을 만났다며 아마조네스의 신화는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