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네이크 아이
대서도 지나고 입추가 다가온다지만 8월은 여전히 한낮의 태양이 뜨겁게 이글거리는 성하(盛夏)의 계절이다.
극장가에서 8월은 묘한 때다. 여름 성수기의 피날레이면서 하반기 시즌을 열어제치는 오프닝 무대이기도 한 시점. 덕분에 여름에 절정을 이루었던 액션 대작들과 하반기에 제격인 차분한 영화들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8월에 개봉될 영화는 모두 18편. 할리우드 액션영화 ‘아마겟돈’과 ‘고질라’가 극장가를 휩쓸었던 7월보다 풍성하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를 맞아 제작편수가 급격히 줄어든 한국영화 4편이 잇따라 개봉되는 것도 눈에 띈다.
현재 8월 개봉 대기작 가운데 흥행 유망주로 꼽히는 영화는 한국영화 ‘퇴마록’과 할리우드의 ‘스네이크 아이’.
세기말에 출몰한 악령과 퇴마사들의 대결을 그린 ‘퇴마록’은 PC통신 하이텔에 연재됐던 소설을 원작으로 해 주요 관객층이 될 20대 초반에게 인지도가 높다.한국영화사상 가장 많은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된 ‘퇴마록’은 올 상반기 ‘여고괴담’이 일궈낸 한국영화 흥행 릴레이의 바통을 넘겨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반면 스릴러 영화인 ‘스네이크 아이’는 주연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스릴러의 거장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명성만으로도 손꼽아 기다리는 팬들이 많은 영화. 마케팅의 규모가 큰 직배사(브에나 비스타)의 영화라는 점도 ‘스네이크 아이’의 흥행예감을 뒷받침한다.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리샴 원작에 거장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만든 ‘레인 메이커’도 8월의 기대작. 그러나 차분한 성향의 법정 스릴러 영화여서 대중적인 흥행은 ‘하드 레인’같은 액션영화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액션의 규모로 따진다면 올해 칸 영화제 견본시의 최대 화제작이었던 뤽 베송의 프랑스 액션 대작 ‘택시’도 주목할만 하다.
개봉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공연예술진흥협의회에 심의신청을 내놓은 홍콩 왕자웨이(王家衛)감독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도 유력한 다크 호스. 동성애를 소재로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수입불가 판정을 받아 유명세를 탄데다 왕자웨이의 팬이 만만치 않아 개봉되면 상당한 흥행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