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위원회가 공기업 정리해고를 담은 2차 공기업 구조조정안 발표를 앞두고 주춤거리고 있다. 당초 2차 공기업 개혁안을 21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노사정위원회가 열리지 않자 한차례 연기했다가 28일에는 또 일주일 미루기로 했다.
금주초 어렵게 재개된 노사정위원회가 공기업 개혁안 때문에 깨져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기획예산위 관계자는 “노사정 협의는 공기업 노조를 대변하는 민노총과 한국노총에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루가 급하다’며 은행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몰아세우는 정부가 공기업 문제에서는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비친다.
기획예산위 실무자는 “구조조정안 성안과정에서 3개월간 거의 매일처럼 공기업 노조관계자들을 만났다”며 공기업노조를 충분히 배려해 왔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기업 노조는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방안 발표에 이어 2차 구조조정안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 한다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공기업 노조가 몇만명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구조조정안 논의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선진외국의 공기업 개혁 전례를 보면 개혁의 성공여부는 노조 설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기획예산위의 주장대로 공기업 노조가 구조조정안 성안과정에 충분히 참여했다면 노사정위원회 협의를 이유로 공기업 개혁을 늦춘 정부의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민간부문은 은행 퇴출과 기업의 정리해고 등으로 1년새 1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심하다고 지적하면서도 공기업 개혁에 흔들리는 자세를 보인다면 국가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임규진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