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겟돈’의 한판승과 ‘고질라’의 참패.
올 여름 맞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두 편의 흥행 성적표다.
전세계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난공불락의 아성을 구축한 ‘타이타닉’을 제외하고 올해 1∼7월 상반기 영화와 여름 블록버스터들의 흥행실적을 살펴보면 단숨에 흥행순위 2위에 올라선 ‘아마겟돈’의 승승장구가 두드러진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는 비슷한 소재의 영화 ‘딥 임팩트’가 먼저 개봉해 서울관객 72만명을 동원하며 선수를 쳤지만 ‘아마겟돈’은 개봉한지 한 달도 안돼 벌써 서울관객 1백만명을 넘보고 있다. 강력한 맞수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고질라’는 완성도 부족과 배급단계에서부터 극장측과의 마찰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으로 개봉 첫 주말만 반짝하고 기울기 시작, 겨우 흥행순위 8위에 머물렀다.
상반기 흥행실적에서 특히 눈여겨 볼만한 대목은 3위에 오른 한국영화 ‘여고괴담’의 성공이다. 사회적 신드롬 현상까지 낳으며 순항하던 ‘여고괴담’은 한때 극장들의 ‘평일 여고괴담, 주말 고질라’ 편법 상영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질라’에 관객이 들지 않자 극장들이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스크린 쿼터)도 채울겸 ‘여고괴담’으로 돌아서는 바람에 서울관객 73만명을 동원, 3위로 성큼 올라섰다.
‘여고괴담’과 10위에 오른 ‘조용한 가족’의 성공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사례 하나를 남겼다. 순제작비가 10억원을 넘지 않는 두 영화는 내로라하는 스타 없이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탄탄한 연출만으로도 관객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두 영화와 7위에 오른 ‘8월의 크리스마스’ 등 ‘흥행 베스트10’에 든 3편의 한국영화가 모두 신인감독들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한편 순위밖이지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3월14일 개봉)와 ‘로스트 인 스페이스’(6월6일〃), ‘LA컨피덴셜’(3월7일〃)이 모두 서울관객 30만명을 넘는 실적을 거뒀다. 액션영화가 대세인 여름에 도전장을 낸 멜로영화 ‘시티 오브 엔젤’(7월17일〃)도 현재 서울관객 30만명을 넘보고 있어 짭짤한 수익을 올린 영화로 기록될 듯하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