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만 출장을 다녀 왔다. 대만의 모기업이 발주한 향후 10년간의 프로젝트에 입찰해 사업을 따내기 위한 출장이었다. 세계 75개 입찰 회사 중 3단계에 걸쳐 선정된 6개 최종 입찰자에 한국 회사로는 유일하게 우리가 포함되었기 때문에 ‘한국을 대표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먼저 우리 회사의 경영상황이나 능력에 관한 논의부터 시작됐다.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회의가 끝날 때쯤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한 질의가 시작되면서 곤혹스러워졌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정책의 일관성문제, 시장경제원리와의 조화 여부, 각 이해집단의 개혁에 대한 태도 등에 대해 광범위한 질문이 쏟아져나왔다. 나름대로 한국정부가 취한 정책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특히 과거 고성장의 예를 들어 신뢰감을 심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한국이 어려우면 SK해운도 함께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엔 참으로 답하기 난감했다.
“한국이 쉽게 망할 나라 같습니까. 재기하리라고 믿는다면 기업 자체의 위험은 거의 없는 우리 회사를 선택해주십시오”하고 설득했지만 씁쓰레한 기분은 떨칠 수가 없었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도 나라의 발전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평범한 진리가 이번 출장을 계기로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
요즘 정부와 언론사들이 건국 50주년을 맞아 여러 종류의 행사를 벌이고 있다. 나라의 발전이 곧 자신의 발전이라는 인식이 건국 50주년을 계기로 보다 널리 확산됐으면 한다.
황규호(SK해운 상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