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그룹 계열사 과장으로 근무하다 이달초 한 외국기업 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모씨(36). 헤드헌터의 주선으로 조건이 더 나은 일자리를 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회사 동료들은 너나 없이 이씨에게 축하를 건넸다. 부러운 시선을 던지는 동료도 있었다.
작년초에도 헤드헌터를 통해 직장을 옮기려 했던 이씨는 “짧은 기간에 세상이 무척 달라졌음을 실감했다”고 말한다. 당시만해도 상사나 동료들은 한결같이 이씨의 결심을 만류하고 나섰던 것. “헤드헌터를 어떻게 믿고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가려 하느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국내 제약회사에서 베테랑 사원으로 승승장구하던 문모씨(35). 올 4월 한 헤드헌터로부터 일본계 제약회사 마케팅 책임자 자리를 제의받자 미련없이 회사를 떠났다. 30%이상 많은 보수도 솔깃했지만 일본어에 능통한 그로서는 새 회사에서의 향후 전망이 더 밝다고 판단한 것.
IMF가 ‘평생직장’ 개념을 일거에 무너뜨리면서 헤드헌팅이 인력수급시장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유능한 인재를 외국회사에 ‘팔아먹는다’는식의 부정적 인식은 사라졌다.
‘P&E컨설팅’의 홍승녀대표는 “최근에는 이력서를 보내는 사람이 관리직 뿐만 아니라 공무원 언론인 정보통신기술자 등 다양해졌다”면서 “국내기업의 구인 의뢰가 늘고 있는 것도 큰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5백억원 가량이던 헤드헌팅 시장규모는 올해 3∼4배 가량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