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는 대북 쌀지원을 비롯한 주요 고비마다 비선조직을 활용했다.
문민정부 이전에도 밀사들이 남북을 오갔지만 정부관계자들이 대부분이었다.그러나 문민정부 시절에는 해외교포 사업가들이 그런 역할을 많이 했다.
특히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교포들을 직접 만나주는 바람에 많은 문제가 생겼다는 것.
남북에 양다리를 걸치고 사업하는 이들이 전하는 부정확한 첩보가 마치 신빙성 있는 정보처럼 둔갑했고 이 때문에 김대통령이 안기부 등 공식채널을 불신하는 경우까지 자주 생겼다.
한 안기부 전직 간부는 “안기부가 대북정보를 보고하면 김대통령이 ‘잘 모르는 소리’라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쌀지원 협상 초기에 안기부가 배제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밀사 역할을 한 대표적인 인물은 지난해 대선 직전 한나라당 정재문(鄭在文)의원과 안병수(安秉洙)북한 조평통위원장의 베이징(北京)비밀회동을 주선해 북풍사건에 휘말린 김양일(金良一)씨.
미국에서 식품관련 사업을 하며 한미식품상총연합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김씨는 95년 초부터 대북관계 비밀 프로젝트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당시 정부 고위인사와의 친분으로 김대통령에게 소개됐고 그후 대북밀사로 나서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말고도 문민정부 시절 밀사를 자처하며 남북을 오간 사람은 10명이나 된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
안기부 출신 인사는 “문민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락가락한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김대통령이 남북을 오가는 교포들을 직접 만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