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기간중 흑백차별과 인권유린 실태를 조사해온 ‘진실과 화해위원회(TRC)’의 활동이 31일로 종료된다.
96년4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의 주도로 설립된 TRC는 그동안 2만1천여명의 인권 피해자들로부터 유린당한 증거를 수집했고 7천여건의 정치적 사면 신청을 접수했다.
TRC는 40여년간에 걸친 인종차별정책의 가해자 희생자 및 그 가족들로부터 암살 고문 실종 등에 관한 생생한 증언을 들었다. 백인 집권층에 의한 가혹행위는 물론 이에 대항해 테러를 일삼았던 흑인테러집단에 대해서도 그 실태를 조사했다.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의 전부인인 위니 만델라도 살인교사혐의로 청문회에 출석하기도 했다.
TRC가 밝혀낸 백인정권의 가장 악랄한 인권탄압 사례는 군부가 운영했던 ‘살인공장’. 80년대 수도 프리토리아 인근의 정부 관할 루데플라크연구소가 바로 이 살인공장으로 백인정권은 이곳에서 독(毒)초콜릿, 살모넬라균 설탕, 탄저균이 든 담배 등 생화학무기를 제조했고 이중 일부를 특수부대에 공급해 반체제 인사를 처단하는데 이용했다.
TRC의 활동 결과를 놓고 남아공에서는 TRC가 과거의 아픈 상처를 지나치게 건드림으로써 화해 모색이라는 당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인종갈등을 더 심화시켰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청문회 출석을 끝내 거부했던 피터 보타 전대통령은 TRC의 활동이 백인에 대한 ‘마녀사냥’이라며 백인들의 불만을 대변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