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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동아일보 「…앨범」 연재 홍성일씨

입력 | 1998-08-02 20:11:00


촛농이 눈물처럼 흘러내리다 엉겨붙은 상태의 불꺼진 초 세자루. 넥타이를 맨채 덩그러니 서 있다. 불켜진 초 하나가 옆에서 다가와 이들에게 불씨를 나눠주려 한다. IMF시대에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온기처럼. (홍성일의 카툰앨범 ‘희망 나누기’)

한컷만화만 그리는 카투니스트 홍성일씨(30). 동아일보에 ‘홍성일의 카툰앨범’을 만 7개월 연재해 짙은 휴머니즘과 서정으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여러컷 만화가 ‘소설’이라면 한컷카툰은 ‘시’입니다. 사회나 시대의 흐름,작가의 상상력을 한장의 사진처럼 포착해야죠. 한마디도 설명하지 않고 의미를 전달해야 하고요. 그래서 가장 어렵지만 제일 높게 쳐주기도 하죠.”

‘까치머리’밑에서 수줍게 웃고있는 홍씨의 실눈은 사랑과 행복을 찍어내는 ‘렌즈’. TV드라마를 보다가도 수없이 훌쩍거린다는 ‘눈물많은 남자’의 따뜻한 마음이 그의 한컷만화에 가득 담겨있다.

거북이 문어 개똥벌레 비단구렁이같은 동물부터 자동차 아파트 탱크 폭격기같은 무생물까지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하나같이 꿈을 꾸거나 사랑에 빠져있다.냉장고 냉동실에 신방을 차린 펭귄부부나 지상을 ‘하트사인’으로 폭격하는 폭격기처럼.

97년 ‘동아―LG만화페스티벌’에서 한국인으로 최고상인 장려상을 수상했다.세종대 일어일문과 졸업.

“고3 때 만화가게에서 프랑스 카투니스트 ‘장 자크 루’의 카툰을 보고 한컷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대학에서도 만화서클에서 카툰만 그려댔죠.”

그의 그림은 색이 곱다. 가위로 오려내 책갈피에 꽂아두고 싶을 정도로. 컴퓨터그래픽 작업이 일반화됐지만 색이 곱다는 이유로 수채물감과 마카(사인펜의 일종)만 고집한다. 1장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3∼5시간이 걸린다고.

“‘재미있었다’는 친구들의 전화가 큰 힘이 됩니다. 지구상의 모든 동물을 주인공으로 해 각각 카툰집을 만들어 주는 게 꿈이죠.”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