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 동안 미국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가 나와 성혁명을 일으켰으며 전설적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가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도 워싱턴은 지금 1월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6개월 전으로 되돌아간 분위기다.
1월19일 빌 클린턴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섹스스캔들이 터졌을 때 미 언론들은 당장 대통령이 사임할 것 같은 분위기를 연일 전했다.
그후 잠잠하다가 르윈스키가 입을 열면서 다시 시작된 미 언론들의 흥분은 과거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동안 신문의 머릿기사를 장식하던 사회보장제도 개혁이나 의료보험법의 개정처럼 미국인의 생활에 직결되는 이슈와 일본 경제위기 등 주요 기사들이 뒷전에 처졌다.
방송들은 하루에도 몇차례씩 클린턴 섹스스캔들에 대한 온갖 새로운 소식을 쏟아내고 있다. 들리는 건 모두 사실인 것처럼 말이다.
클린턴대통령에게 남은 재임기간은 29개월.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된 그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큰 관심사로 등장했다. “버티는데는 한계가 있다. 버틸 수 있다고 해도 그런 방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최근 사설에서 클린턴대통령에게 “과거에 위증한 것이 있다면 솔직히 뉘우치고 국민앞에 속죄함으로써 하루빨리 생산적인 일을 남길 수 있는 평상으로 돌아가자”고 제의했을 정도다.
클린턴대통령도 1일 “17일 정직하게 증언하겠다”면서 “내 증언으로 이 사건이 마무리 되길 바란다”고 했다. ‘레임덕’에 빠져드는 분위기를 이제 그는 읽은 것 같다.
홍은택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