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새벽부터 쏟아진 2백㎜의 비에 서울은 ‘수도’(水都)로 변했다. 군데군데 지하철과 철도가 불통, 출근길 시민들이 발을 굴러야 했다. 도로에도 물이 차올라 버스와 승용차 운행이 어려울 정도 였다.수방(水防)대책의 ‘구멍’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하철 7호선 침수사고와 새 시장 취임을 계기로 서울시는 지하철 도로 건축물 공사장의 안전사고와 재해 대책을 점검한다고 했지만 허망한 약속으로 드러났다.
▼지하철 철도 불통〓1호선 청량리역∼서울역 구간이 침수된 것은 지하철공사와 서울시 재해대책본부의 안이한 대처와 청량리역의 늑장대응 및 물난리에 취약한 역사 구조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
우선 시간대별로 20∼72㎜의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고 지하철 환기구가 지상도로보다 불과 10여㎝ 높게 설치돼 있어 빗물유입이 예상됐는데도 사전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빗물이 가장 많이 유입된 청량리 오스카극장앞 100,101번 환기구 앞의 상인들은 “새벽부터 비가 내렸는데 오전 8시 40분까지도 지하철 직원들이 환기구를 봉쇄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하철공사와 재해대책본부는 이미 빗물이 쏟아져 들어가던 오전 9시20분에야 청량리역으로 ‘오전 8시반경부터 호우경보가 내렸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의 통신문을 보냈다.
▼도로 침수〓지하철 건설이나 각종 도로 굴착공사로 당초 설계보다 빗물처리를 위한 하수관의 단면적이 줄어들면서 정상적으로 빗물을 처리하지 못해 서울시내 주요도로가 물바다가 됐다.
간선도로변 하수관의 빗물처리용량은 시간당 72㎜정도이고 빗물받이 용량은 시간당 30∼40㎜정도. 이날 시간당 강수량이 40㎜ 안팎이었으므로 산술적으로는 빗물이 역류하지 않아야 하는데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서울시 하수국 관계자는 “시내 대부분의 하수관이 설계대로 시공되지 않아 정해진 단면적이 나오지 않는다”며 “특히 을지로는 그 현상이 심해 빗물이 가장 많이 역류했다”고 말했다.
한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잠수교는 오전 10시10분부터 차량 및 보행자 통행이, 남산 2호터널은 오전 11시40분부터 차량통행이 금지됐다.
▼가옥침수〓저지대를 중심으로 비피해가 잇따라 오전 6시경 강동구 천호3동 암사1동 길1,2동 성내2동 등 50가구의 지하실이 침수됐다.또 서초구 양재2동, 잠원2동, 송파구 문정동, 양천구 신정2동 4동, 신월2동, 목4동 일대, 구로구 구로본동 게봉동 일대 3백여가구도 물에 잠겼다.
〈이원홍·하태원·이완배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