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소비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예부터 에너지절약의 중요성이 강조돼왔다. 최근 IMF한파로 에너지절약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공공건물에 대해서는 여름철 전력사용이 많은 오후2∼4시에 일률적으로 냉방기 사용을 억제하라는 홍보를 해왔다. 그러나 이는 시간대별 특성이나 요금구조와 무관한 획일적인 절약방식이다. 이때문에 요금이 상대적으로 싼 시간대에도 냉방기 가동을 제한하는 비합리적 결과를 낳고 있으며 여름철 제일 더운 오후에 냉방기 사용을 제한함으로써 업무생산성 저하등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과 산업자원부가 새로운 ‘냉방전력 사용 합리화 방안’을 제시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비교적 전기값이 싼 오전9시반∼10시반, 낮12시∼오후1시 점심시간에 냉방기를 강냉으로 집중 가동하고 전력사용이 많은 오전10시반∼12시, 오후2∼4시에는 약냉으로 가동하는 합리적 절전방식을 택하도록 하고 있다.
그럴 경우 소비자로서는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전기요금도 절약할 수 있다. 전기회사 입장에서는 발전기의 빈번한 가동정지를 피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양질의 전력을 경제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오늘날의 에너지절약이란 소비자가 불편을 감내하면서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큰 불편없이 전기를 사용하면서 사회 전체의 능률을 제고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냉방전력 사용 합리화 방안에 대한 정부 및 관련 기관의 적극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김발호(홍익대 교수·전자전기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