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유럽 아시아(일본 제외) 등 전 세계의 주가가 곤두박질하고 있다.
세계 증시의 동반하락은 △미국의 호황세 둔화 △일본 엔화약세 및 경기침체 △중국 위안화의 불안 등이 겹치면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경기는 세계경제 전체의 앞날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
이같은 세계증시 하락 요인들은 하나같이 한국경제의 앞날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울 요소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미국 경기둔화는 우리에게 그나마 ‘비빌 언덕’으로 남아있던 최대의 수출시장이 좁아진다는 뜻이며 일본 엔화약세는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치명타이다. 중국 위안화가 평가절하될 경우 이는 곧바로 제2의 아시아 환란을 불러올 ‘세계경제의 시한폭탄’이다.
▼세계증시 동반하락〓이번 증시 동반침체를 읽을 수 있는 ‘키 워드’는 미국 일본 아시아 경제간의 상호작용이다.
동반하락의 방아쇠를 당긴 뉴욕증시가 폭락한 것은 아시아 경제위기 재연에 따른 미국기업의 실적악화 우려 때문.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내각이 지난달 30일 출범한 뒤 엔화가치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면서 아시아 경제위기는 더욱 증폭됐다.
일본경제와 엔화의 회복 없이는 아시아 각국이 자력으로 위기를 벗어나기 힘든만큼 아시아 증시도 함께 출렁거렸다.
더욱이 이번 사태의 파장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세계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일본의 경기회복 및 금융안정은 쉽지 않다. 미국의 유례없는 호황도 일단 주춤하는 추세다.여기에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사건 확산과 오부치 내각의 취약성 등 미국과 일본의 지도력이 흔들리고 있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미국경제의 장래〓미국은 경기선행지수가 5, 6월 연속 하락하고 성장률은 1·4분기 5.4%에서 2·4분기 1.4%로 떨어지는 등 경기하강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경제의 선행지표가 6월중 하락한 것은 제너럴 모터스(GM)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새로운 실업자수당 신청자가 급증한 것이 주요 원인.
유럽의 신용평가기관 피치IBCA도 4일 “달러화와 미국 주가의 하락은 당분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미국경기가 완연한 후퇴기에 들어섰는지 아니면 연착륙을 위한 조정에 들어간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조정국면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경기선행지수 하락을 발표한 미국의 경제연구소 ‘컨퍼런스 보드’도 “경기가 냉각국면에 들어섰을 뿐 경기침체를 전망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8년째 거듭된 미국의 호황이 진정되지 않아 인플레가 나타나고 이에 금리인상으로 대처할 경우 우리에게는 더 불리하다. 이는 달러강세와 엔약세를 부추겨 아시아위기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허승호기자·도쿄〓권순활특파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