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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산업 전문화유도」 추진 배경]

입력 | 1998-08-06 08:59:00


정부가 마련중인 신산업정책 추진방안은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등 일부 업종과 5대그룹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10대 주요 산업과 30대그룹 안팎으로 확대하는 의미가 있다.

10대 산업에는 30대그룹 또는 이하 규모의 기업들까지 참여하고 있어 업종 전문화를 위한 빅딜이 광범위하게 다자간 구도로 전개될 공산이 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구조조정은 기업차원에서 추진됐으나 이제는 산업차원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보다 체계적인 조정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산업정책은 한편으로 빅딜을 포함한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하려는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태영(朴泰榮)산업자원부장관은 신산업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5대 재벌 이외 기업들은 워크아웃 작업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고 정부 노동 금융 등 모든 부문이 구조조정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5대 그룹 개혁작업은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렇다고 80년대 산업합리화정책이나 합리화업종 지정제도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

8월중 임시국회에 상정될 ‘산업구조 고도화촉진법’에는 재벌에 대한 사업전문화 유도시책으로 빅딜이나 과잉설비 매각시 세제혜택뿐만 아니라 독점 여신규제 등의 예외를 두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매년 허달핀지수와 같이 대규모 기업집단별로 사업전문화정도를 평가해 공표하는 방식으로 전문화를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강봉균(康奉均)경제수석은 5일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업계 정부 학계 및 연구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들어볼 계획”이라면서 “수급과 산업전망은 몇년후 추세까지 감안해 분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반응〓재계는 지난달말 정재계 간담회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불쑥 10대산업 구조조정방안이 튀어나온 배경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비록 강제적인 수단은 동원하고 있지 않지만 무조건 빅딜을 통한 구조조정을 하라고 등을 떼미는 것은 자칫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종마다 사정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사업교환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하라는 것은 강제적인 조치만 없을 뿐이지 80년대 산업정책과 다를 바가 뭐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빅딜을 수행하는데 도움을 주는 가이드라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계시장의 공급과잉과 연계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산업을 들여다보더라도 전세계가 공급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한 업체가 사업부문을 넘겨받더라도 공급과잉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을 방문중인 김우중(金宇中)전경련 회장대행이 7일 귀국하면 신산업정책과 관련한 재계의 의견이 어떤 형식으로든 표출될 전망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