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는 6일 대한항공 여객기의 활주로 이탈사고와 관련, 사고대책본부를 건교부와 서울지방항공청에 설치하고 사고조사반을 구성, 사고원인 조사에 나섰다.
김관연(金觀淵)서울지방항공청 검사국장을 반장으로 한 건교부 사고조사반은 사고를 낸 대한항공 KE8702편 항공기의 블랙박스를 수거, 조종사 음성녹음장치(CVR)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활주로 노면상태에 대해서도 점검을 벌이고 있다.
사고조사반의 조사 결과 일부 비상 대피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사고후 승객을 안심시키고 안전하게 대피시켜야 할 승무원들이 허둥대는 등 비상대처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승객들은 “착륙전후 사고 및 응급대비책에 관한 일체의 안내방송이 없는 상황에서 기내에 연기가차오르는순간 갑자기 ‘비행기가 폭발할지 모르니 빨리 탈출하라’는 방송이 나와 황급히 탈출구로 몰려드느라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승객 노수홍(魯守洪·37)씨는 “6군데 탈출구중에서 앞부분 두군데의 슬로프만이 작동한 상태에서 승무원들이 ‘빨리 빨리 탈출하라’고 독촉하는 바람에 승객들이 뛰어내리다시피 슬로프를 타야했다”고 말했다.
일본인 승객 쓰마 가즈후미(須磨和文·42)는 “제주공항에 착륙한뒤로는 일본어 안내방송이 전혀 없었다”면서 “비상대피도 한국 승객들의 움직임을 보고 미뤄 짐작했을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인 승객은 전체 3백79명중 재일교포 45명을 포함해 1백72명이었다.
외국인 승객들은 또 “공항당국이 놀란 승객들을 안정시키고 휴식을 취하게 하기 보다는 길게 줄을 서 여권수속부터 밟게 했다”며 공항당국의 경직된 대처능력을 꼬집었다.
한편 이번 사고로 김포공항 신활주로가 한시적으로 폐쇄됨에 따라 활주로의 수용능력이 일평균 6백10회에서 4백76회로 떨어져 여객기의 이착륙에 큰 혼잡이 예상된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