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속에서 인명을 구하려다 휩쓸려간 의인(義人)들. 그 세사람의 장한 넋이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경기 구리소방서 교문파출소 소속 119구급대원 장순원(張淳源·28)소방사와 1군단 군수처 보급장교로 있던 전재진소령(38·3사18기) 그리고 전소령과 같은 부대 경비중대의 김만호상사(32)가 그들.
장소방사는 6일 오전 5시경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하천이 범람해 4명이 고립됐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 소방사와 함께 출동했다.
장소방사는 별내면 광전리 43번 국도 광전주유소 앞 비닐하우스 꼭대기에서 애타게 구조를 요청하는 50대 부부를 발견하고 차에서 뛰어내렸다.
트럭에 자신의 몸을 밧줄로 묶고 급류를 헤쳐나가 천신만고 끝에 이들 부부를 물 밖으로 대피시켰다. 그러나 장소방사가 힘겹게 도로쪽으로 헤쳐나오려는 순간 몸에 묶었던 밧줄이 그만 끊어지고 말았다.
장소방사는 수색에 나선 동료 소방관들에 의해 이날 오전9시경 현장 부근에서 나무에 깔린 채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동료들은 “물살이 너무 빨라 위험하다고 했으나 장소방사는 ‘지금 저들을 구조하지 않으면 떠내려간다’면서 구조를 감행했다”며 “쾌활한 성격에 궂은 일을 맡아하는 ‘미스터 의협심’이었는데…”라며 울먹였다.
95년11월 소방공무원에 임용된 장소방사의 유족은 부모와 임신 7개월인 부인(24).
빈소는 구리 한양대부속병원 영안실에 마련됐다.
한편 일직부관으로 당직근무를 하던 전소령은 천둥소리와 함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쏟아져 내린 이날 오전3시경 주민 이재연씨(36·경기 고양시 벽제2동)의 애타는 목소리를 들었다.
“집안에 물이 들어와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살려주세요.”
다급해진 전소령은 김상사와 함께 차를 몰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두사람은 실종됐고 오후1시반경 싸늘하게 식은 시체로 발견돼 부하들의 콧등을 시큰하게 했다.
〈박종희·성동기기자〉parkhek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