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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또 KAL機 사고

입력 | 1998-08-06 19:30:00


대한항공(KAL) 여객기의 아찔한 활주로 이탈사고였다. 날개와 동체가 부서지고 승객 20여명이 다쳤으나 다행히 항공기는 폭발하지 않았고 사망자도 없었다. 그러나 하마터면 또한번 끔찍한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점에서 가슴 철렁한 일이었다. 특히 2백29명이나 희생됐던 KAL801편기 괌추락사고 1주기를 맞은 날의 사고여서 더욱 충격적이다.

사고원인에 대해 KAL측은 착륙 때 측면에서 불어온 돌풍으로 기체의 중심이 잡히지 못한 상태에서 바퀴가 빗물에 미끄러져 사고가 났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번 사고가 악천후 속에서 다소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일어났다는 점이다. 사고항공기의 조종사는 기상상태가 나빠 일단 제주도로 회항했다가 한밤중 다시 김포공항으로 날아와 좋지않은 기상상태 속에서 착륙을 감행했다.

조종사의 실수 가능성도 있다. 이날 비슷한 시간대에 다른 항공기들은 아무 탈없이 착륙한 사실을 보면 그렇다. 관제탑측의 잘못이 없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안전상황임을 충분히 확인하고 착륙허가를 내렸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기상측정장비가 낡았거나 모자란다는 지적도 있다. 사고 당시 관제탑으로부터 통보받은 측면돌풍의 속도가 실제와 차이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경우든 사고원인을 철저히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 큰 문제는 사고 직후 승무원들이 보인 믿기 어려운 태도들이다. 보도에 따르면 승무원들은 침착성을 잃고 우왕좌왕했으며 한 승무원이 ‘폭발 가능성’ 운운하며 대피를 유도하는 바람에 승객들이 놀라 기내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고 한다. 또 일부 승무원은 승객보다 먼저 대피했다는 것이다. 비상시 행동수칙에 따라 다친 승객을 돌보고 노약자와 어린이를 먼저 대피시키는 등 침착하게 승객들의 안전을 도모해야 할 승무원들이 나몰라라 하고 먼저 탈출했다면 말이 안된다.

공항당국의 비상대응태세도 기민하지 못했다. 착륙사고가 난 지 30여분이나 지나서야 공항소방대 소방차 등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만약 기체가 화염에 휩싸이고 폭발이라도 했더라면 어쩔뻔했나 싶다. 생각할수록 아찔하다.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이번 사고를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철저한 사고원인 조사는 물론 승무원들의 근무자세, 공항당국의 비상대응태세 등 드러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따지고 분석해서 고칠 것은 고치되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사고가 잦은 항공사에 대해서는 특별히 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내려야 할 것이다. 그래야 유사한 항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