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퇴근무렵 중부지방에서 시작돼 6일 전국에 큰 비를 내린 이번 집중호우의 직접적 원인은 만주쪽에서 내려온 찬공기와 남서쪽에서 올라온 더운 공기의 ‘잘못된 만남’ 때문이다.
중국 양쯔(揚子)강을 범람시킨 차가운 성질의 저기압대가 서서히 한반도로 이동하다 남쪽에서 유입된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만나 한강수량과 맞먹는 거대한 비구름층을 만들었기 때문.
이에 더해 중국 대륙에 상륙한 2호 태풍 오토가 품고 있던 다량의 습기가 남서풍을 타고 우리나라 전역에 유입되면서 비구름대를 더욱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거시적으로는 ‘양쯔강 범람’이라는 유례없는 이상기후 현상을 초래한 엘니뇨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
엘니뇨로 인해 열대성 강우의 중심지가 인도네시아쪽에서 중국 남부지역으로 옮겨져 우리나라에도 잦은 강수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엘니뇨는 기압계에도 영향을 주어 본격적인 여름날씨의 원인이 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지 못하면서 우리나라가 이 기압대의 가장자리에 들어 대기가 극히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해 큰 비를 불러들이고 있다.
5일 저녁 인천 강화에서 맞부닥친 양 기단은 서울 경기와 강원 영서중북부지방에 30∼6백20㎜의 큰비를 내린 뒤 점차 남동쪽으로 이동해 6일 오후부터는 충청남북도 영동산간 영서남부 경북 전북지방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집중호우를 퍼부었다.
기상청은 5일 저녁 장대비가 쏟아지자 올들어 처음으로 1급 호우 비상령을 내리고 밤샘근무에 들어갔지만 2백㎜가 넘는 큰 비를 예측하는 데는 실패했다.
기상청 조주영(曺珠英)공보관은 “장비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올해는 예측불허의 이상기후 현상이 잦은데다 창설이래 이렇게 많은 비를 예보해본 적이 없어 정확한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번 장대비는 7일 오전 주춤하다 태풍 오토가 중국 화난(華南)지방에 상륙하는 저녁부터 다시 빗줄기가 굵어져 전국적으로 2백㎜가 넘는 큰비가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