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곡 ‘백성이여 일어나라’는 어떤 국적의 관객이건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5일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뮤지컬 ‘명성황후’가 던지는 감동을 이렇게 평했다.
‘내분(內紛)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위협하다’라는 제목은 작품 전체를 해석하는 뉴욕타임스의 시선. 내분은 즉위초 후궁 사이를 떠도는 남편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여인’ 명성황후와 시아버지의 갈등이며 개화와 수구로 갈려 팽팽히 맞서는 19세기말 조선의 정치상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지막 황후(The Last Empress)’라는 영어제목으로 뉴욕무대에 오른 ‘명성황후’의 줄거리를 “황후의 결혼생활과 그녀가 조선의 근대화에 끼친 에비타같은 영향력에 관한 이야기”라고 요약한 뉴욕타임스는 ‘관객들의 혼을 이끌어내는 듯한 조명과 우아하게 고안된 무대,다채롭고 풍부한 색감의 의상’등 시각적인 완성도에 주목했다.
고종 역의 유희성과 대원군 역의 이성훈의 목소리가 힘과 호소력을 고루 갖췄다고 평가한 뉴욕타임스는 특히 오프닝 공연에서 명성황후 역을 맡은 이태원에 대해 “대단히 섬세한 소리의 소유자로서 명성황후라는 조종술에 능한 캐릭터에 관객이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며 지난해 오프닝 공연때 강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선보였던 김원정과는 또다른 개성을 지녔다고 칭찬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로 법정에 선 11명의 일본무사들이 둔탁한 북소리에 맞춰 ‘일본은 선택했다’를 합창하는 1막 첫장면 등은 객석에 전율을 일으켰다고 평했다.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은 매끄럽지 못한 자막처리.한국말을 모르는 사람에게 2시간30분이라는 공연시간은 너무 길다고 일침을 놓았지만 “참고 볼만한 가치가 있을만큼 화려한 뮤지컬”이라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결론이다.
〈뉴욕〓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