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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재홍/南北합동 종교행사

입력 | 1998-08-07 19:42:00


북한이 남한 종교계 인사 40여명을 초청했고 정부는 이들의 방북을 승인할 방침이다. 민간의 남북교류를 정치 군사 문제와 분리하겠다는 대북정책 원칙에 부합되지만 북측 태도가 석연치 않다. 북한은 8·15축전을 공동개최하자고 제의했었다. 남한 민간단체들도 통일운동 대표기구로 민화협(民和協)을 결성해 공동행사를 추진했다. 그런데 북측은 민화협을 인정하지 않고 종교인들만 초청한 것이다.

▼북한은 조선종교인협의회를 내세워 남북합동 종교행사를 갖자고 제의해왔다. 북한에는 현재 천도교교당 8백개, 불교사찰 60개, 교회 2개, 성당 1개가 있다. 신도수가 가장 많은 것은 천도교다. 북한의 공식자료인 조선중앙연감 1950년판에는 천도교도 1백50여만명, 불교도 37만5천명, 개신교도 20여만명, 천주교도 5만7천명으로 돼 있었다. 당시는 북한인구의 22.2%가 신앙인이었다.

▼북한정권의 초기 종교관은 ‘인민에 대한 아편’이라고 한 마르크스 교리와 동일했다. 예수교든 불교든 본질상 다 미신이라고 했던 김일성 교시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러다가 종교활동 징후가 나타난 것은 80년대 들어서였다. 85년 고향방문단이 평양에서 처음으로 예배나 미사를 보았다. 이어 88년과 89년에 봉수교회 칠골교회와 장충동성당이 지어졌고 광법사 보현사가 재건됐다.

▼북한은 72년 신앙의 자유를 헌법에 규정했으나 ‘반종교선전의 자유’도 함께 삽입해 이를 견제했다. 92년에는 반종교 조항을 삭제하면서 “종교를 외세 끌어들이는 데 이용할 수 없다”고 다시 제한했다. 현재 북한 신앙인수는 3만5천여명, 인구의 0.2%로 50년에 비해 지리멸렬한 상태다. 조선종교인협도 노동당 외곽단체 조국통일민주전선 소속이어서 남한 종교인들이 평양에 8·15행사를 경축하러 왔다고 선전하지 않을까 꺼림칙하다.

김재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