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빠진 태풍도 무섭다.’
6일 밤부터 7일 오전 사이 또다시 경기 북부지역에 1백㎜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지자 기상청 직원들은 죽은줄 알았던 태풍의 위력에 혀를 내둘렀다.
이번 집중호우는 중국대륙에 상륙, 회오리바람이 빠진 채 열대성 저기압으로 변한 태풍 오토(Otto)가 이미 만저우(滿洲)쪽에 포진해있던 저기압과 합세해 거대한 비구름을 만든 뒤 한반도쪽으로 밀어보내 일어났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3일 오토가 필리핀 해상에서 발생, 5일 중국 푸젠(福建)으로 올라가 위력이 약해진 것을 확인한 뒤 더이상 피해가 없을 것으로 보고 태풍예보를 아예 종료했다.
그러나 오토는 바다를 건너오며 빨아들였던 뜨거운 수증기 덩어리를 잔뜩 머금은 채 양쯔(揚子)강 범람의 주범인 대륙의 저기압대를 만나 한반도에 어정쩡하게 걸쳐있는 북태평양 고기압대를 타고 한반도쪽으로 동진해오고 있다.
기상청은 “7일 오전까지 내린비는 오토의 전위대인 셈”이라며 “중국 대륙에서 겹쳐진 두개의 저기압이 7일 밤부터 8일 오전 사이 우리나라 중부를 지나면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게릴라성 폭우를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오토는 8일까지 중부지방에 최고 1백20㎜, 남부지방에 80㎜이상의 많은 비를 뿌린 뒤 동해상에서 ‘일생’을 마치게 될 전망이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