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하늘탓’만 하고 있는 수도권의 수마(水魔)는 ‘구멍뚫린 수방대책’의 산물임이 속속 증명되고 있다.
우선 기상대의 호우경보를 무시한 경기북부지역 공무원의 안일한 근무태도가 도내에서만 1백50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냈다.
동두천기상대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호우주의보에 이어 오후 11시경 1백㎜ 이상의 강우량이 예상된다는 호우경보를 발령한 뒤 각 시군 당직실에 상세한 기상특보를 팩스로 전송했다. 그러나 양동이로 쏟아붓듯 비가 퍼붓던 자정이 돼서도 일선 시군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묻는 전화 한통 없었다는 것.
이때문에 동두천 상패교 상판까지 물이 차 하천범람 직전이었던 시간이 6일 0시45분인데 반해 재해경보발령은 정작 오전 1시35분에나 내려져 이미 일부는 물에 휩쓸려 내려가는 참사를 겪었다.
폭우피해를 본 대부분의 시군에서는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고 나서야 대피사이렌을 울렸다는 것이 그나마 목숨이라도 건진 이재민들의 절규다.
96년7월 3일간의 폭우로 한탄강의 지류인 차탄천 동문천이 범람, 12명의 인명피해와 1천4백32억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수해백서’까지 펴낸 경기도의 수방대책도 한심한 수준이다.
이 백서는 당시 수해의 교훈으로 △재해위험지구와 소하천에 대한 투자 △세계적 기상이변에 대비한 방재과학화 △기상청 홍수통제소 등 방재관련 유관기관간 정보교환체제 구축 △경기 한수이북의 기상관서 증설 등을 꼽았다.
그러나 올 2월 문을 연 동두천기상대 관내의 무인자동기상관측시스템(AWS)는 총 10개뿐. 2년만에 또 물에 잠긴 고양 문산 등에는 이마저 없어 게릴라성 호우에 물이 가슴까지 차오른 뒤에야 허둥대는 원시적인 예보와 관측체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또 5대강 중심으로만 홍수경보체계가 짜여져 있고 이번에 범람한 22개 하천은 강우량에 따른 수위측정과 빗물의 하천유입량, 침수예상 시스템 등이 갖춰지지 않아 재앙을 피할 수 없었다.
이중 동두천 도심을 관통하는 신천의 하류가 상류보다 오히려 30m가량 더 좁아 도시를 물바다로 만든 것처럼 침수지역 대부분의 하천둑이 낮고 통수단면적이 좁다는 것도 되풀이되는 수해의 문제로 지적됐다. 문산천과 곡릉천이 범람한 파주시의 경우 상습침수지역에도 배수펌프장이 없어 복구에 애를 먹고 있다.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는 7일 수해현장을 돌아본 뒤 “고양시의 경우 저지대의 상수도 가압장이 침수돼 3만여가구가 ‘물난리 속의 물기근’을 보름이상 겪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당하고도 수방대책이 이 수준밖에 안되나하는 자괴감뿐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수원〓박종희기자〉parkhek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