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만 중요하고 지방에 있는 사람은 물에 떠내려가도, 굶어 죽어도 괜찮다는 말입니까.”
폭우가 휩쓸고 간 뒤 경기동북부와 충청지방에서 삶의 터전을 송두리채 빼앗긴 이재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다. 경기이남지역에 장대비가 퍼붓기 시작한 9일 오전 KBS MBC SBS 등 TV방송 3사는 숨가쁜 ‘기상특보’대신 한가로운 정규방송을 내보내 지방 이재민들의 불만을 샀다.
이들 방송들은 서울에서 한강수위가 높아지고 중랑천이 범람위기에 처하자 지난 6일 오전6시경부터 8일밤늦게까지 ‘수해 생방송’을 내보냈다. 그러나 서울이 재해위험으로부터 벗어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간간이 뉴스시간에 수해와 기상현황만을 내보낼 뿐이었다.
충남부여에 사는 50대 주부는 “비가 와서 금강이 넘치는데 방송은 ‘태평성대’로 돌아와 한가로이 오락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서울이 괜찮다고 기상특보를 내보내지 않으면 우리는 뭘 보고 대비하라는 것이냐”고 거칠게 항의했다.
경기동북부지역의 이재민들도 “서울사람들은 우리가 생산하는 농작물을 먹지 않느냐”며 “정말 소외감을 느낀다”고 볼멘소리다.
경기 파주시 파주읍 연풍초등학교에 수용돼있는 구모군(15·중3)은 “옷가지와 먹을 것이 태부족인데 방송에서는 서울지역에 구호품이 답지한다는 내용뿐이고 우리에게는 한명도 찾아오지 않았다”며 “부모님들이 서울사람에 대한 피해보상과 복구가 끝난 뒤 우리에게 차례가 올 것이라고 걱정한다”고 전했다. 경기도의 한 공무원은 “서울에서는 18명의 인명피해가 난데 비해 경기도에서는 2백1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것은 재난대책이 서울중심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재해예방과 복구대책은 골고루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박종희기자〉parkhek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