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피해자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할 것인가.
법률전문가들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천재(天災)라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상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져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입장이다. 예방을 소홀히 해 피해가 더 커진 경우들이 이에 해당한다는 것.
최용석(崔容碩)변호사는 “기상청이 명백하게 예보를 잘못했거나 국립공원이 입산통제 대피방송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 구청이 하수시설이나 배수펌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물난리가 난 경우라면 소송을 내볼 만하다”고 말했다.
서울지법은 84년 수도권 폭우 당시 피해를 본 서울 망원동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집단소송에 대해 승소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망원동 주민들이 승소한 것은 유수지 수문이 부실하게 건설돼 붕괴됐고 펌프장 시공과 관리에 건설회사와 서울시의 명백한 잘못이 있었다는 사실을 주민들이 소송을 통해 입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국가나 자치단체의 명백한 잘못을 입증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다 법원도 국가의 재해책임을 인정하는데 엄격한 입장이어서 피해자들이 승소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