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관측 이래 드문 ‘수해’재앙이 한발 뒤로 물러나면서 자치단체장들의 재난구조 ‘리더십’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민선’자치단체장들이 엄청난 재해 충격을 덜어주기는커녕 일부 대처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새벽부터 하루종일 호우가 집중돼 중랑천 안양천 등 서울 시내 주요하천이 범람의 위기에 처했던 8일. 고건(高建)서울시장은 줄곧 시청을 지키면서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지시했다.
고시장은 이날 오전 3시반경 서울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는 서울시 치수과장의 보고를 받고 시청 1층 재해대책본부를 방문, 지시사항을 내려보내고 2시간여만인 5시반경 집무실에 복귀했다.
그뒤 고시장은 수시로 상황실에 들러 직원들을 격려했지만 서울시민들이 수해와 싸우고 있는 ‘현장’을 가지는 않았다. 물론 고시장은 수해가 본격화된 첫날인 6일 오전 헬리콥터를 타고 한강변과 중랑천 일대 상공을 순시한데 이어 이재민들이 대피해 있는 노원구 상계동 수락초등학교에 들러보기도 했다. 그러나 심각했던 8일 종일 시청만 지킨 시장에 대해 “너무 소극적인 대처 아니냐”는 이재민들의 서운함도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는 수해가 발생한 6일부터 9일까지 수해현장방문 이재민위로 등 바쁜 일정을 보냈지만 정작 수해가 닥친 5일밤의 ‘물난리 대처’행적은 분명치 않다. 또 수해현장 방문도 현장을 다니며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은데다 시군에 대한 ‘정치적 안배’인상이 들 정도로 상징적인 방문이었다는 지적들이다.
임지사가 길바닥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경기도재해대책본부는 피해집계조차 제대로 못하는 등 우왕좌왕했고 현장의 공무원들은 도지사에게 브리핑을 하느라 잠시 피해집계와 복구작업이 중단됐다.
심대평(沈大平)충남도지사는 호우가 내린 9일 오전 재난대책상황실을 둘러본 뒤 곧바로 당진군 수해현장을 방문, 복구작업을 지휘하고 이재민을 위로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심지사 또한 8,9일 충남에 집중호우가 예상됐는데도 ‘집안단속’을 위한 준비는커녕 중장비를 이미 비피해를 본 의정부시와 파주시에 지원함으로써 재난에 거꾸로 대처했다는 비난도 듣고 있다.
〈박종희·이기진기자〉parkhek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