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수립 50주년. 한국 전쟁의 쓰라린 상처가 채 아물지 않고 분단의 아픔은 여전한데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 위기. 우리에게 정부수립 50주년은 고도 경제성장이라는 영광과 환희보다는 뼈저린 반성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몸부림으로 다가온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세계화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하고 우리의 전통적 정신문화는 어떻게 지켜 나갈 것인가. 이 갈림길에서 지난 역사를 냉정히 돌아보는 것은 위기를 넘어서고 미래로 웅비하기 위해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작업이다.
21세기를 목전에 둔 이 위기의 시대. 정부수립 이후 50년을 회고하고 앞으로의 50년을 전망해보는 학술적 논의는 그래서 자못 의미심장하다. 행정자치부와 한국행정연구원이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정부수립 50주년 기념 국제학술심포지엄 ‘지구촌 시대의 한국―회고 50년, 전망 50년’(11, 1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한국 일본 미국 독일의 저명한 정치 경제 사회학자 및 관련 전문가 30여명이 펼치는 열띤 토론을 지상 중계한다.
[정용덕(서울대)]
▼한국적 국정관리와 국가 경쟁력〓80년대 후반 이후 한국은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상당히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국가 행정의 비효율성 때문이다. 구조조정 정치개혁 개방화 민간화 정부지출의 감축 등에서 특히 취약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급속한 산업화와 고도 경제성장 과정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한국적 국정관리의 모형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의 국가행정은 어떠했는가. 한마디로 관료주의의 극치였다. 모든 정책 결정은 행정부가 주도했고 행정부의 기능과 조직은 비대해졌다. 과도한 서열 중시로 인해 공무원사회는 기계적이고 비효율적으로 움직였다.
국가 주도로 성장 위주의 경제개발에 치중하다보니 민주주의의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관(官)중심, 중앙 중심이었다.
이제 개혁 방향은 자명해진다. 그 기본 방향은 민주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국가 역할을 최소화하고 행정 관리에 경쟁의 원리를 최대한 도입해야 한다. 의사 결정권을 하부기관에 대폭 위임해야 한다. 그리고 적법 절차를 따르는 진정한 의미의 관료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