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우는 ‘게릴라 폭우’로 불렸다. 게릴라는 스페인어로 유격대 또는 유격전이란 뜻. 19세기초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비정규군이 프랑스 정규군을 무찌른 뒤로는 정규군 보다 더 무서운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번 폭우는 불쑥 나타나 한바탕 물바다를 만든 뒤 갑자기 다른 곳으로 옮겨가 물난리를 연출했다. 이런 점에서 ‘게릴라 폭우’였다. 그러나 가공할 ‘전투력’과 ‘파괴력’의 측면에서는 ‘대규모 기계화부대’였다. 기상청의 예보기능까지 무력화하는 ‘레이더 교란기능’도 갖춘 정예였다.
먹구름이 성질을 조금 누그러뜨린다. 중부지방은 구름바다 아래 가끔 소나기 오겠고 남부지방은 몇 시간씩 비. 아침 20∼27도, 낮 29∼32도. ‘게릴라’가 언제 또 후방을 교란할지….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