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일이 12월말인 상장사들이 상반기(1∼6월) 영업실적을 이번주에 발표한다. 기업들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어느 정도 장사를 잘 했는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의 모든 업종의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의외로 수익이 좋아진 기업이 많다.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의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 동남아국가의 수요 감소로 수출 물량이 줄고 수출단가도 낮아졌으나 1·4분기(1∼3월) 달러당 원화 환율이 평균 1천5백원 이상이었기 때문에 원화 환산 수출금액은 증가했다.
내수기업들은 제품가격 인상으로 수출 물량 감소에 대처했다. 1·4분기에는 원화 환율이 오르기 전에 수입한 원자재를 사용했고 2·4분기(4∼6월)에는 환율 하락으로 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 라면 석유 전기 가스 관련기업이 그 예이다. 상장사들이 좋은 수익을 거둔 다른 요인은 부동산과 계열사 매각을 통해 자산매각 이익을 얻고 환율 안정으로 환차손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를 요약하면 상장사들이 수익을 냈으나 그 내용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의 영업수익이 아닌 영업외수익이 많아졌다. 따라서 영업이익은 적은데 여기에 영업외수익을 더하고 영업외비용을 뺀 경상이익이 늘어난 기업이 많다.
다른 하나는 하반기(7∼12월)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기업의 판매 증가에 따른 수익 호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원재료가 대부분인 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수출마저 감소하고 있어 기업의 하반기 영업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
기업의 가치가 올라야 주가는 상승한다. 영업외적인 요인에 의해 이익이 난 것을 기업 가치가 올랐다고 보기 힘들다. 구조조정 여파로 기업의 주가가 대개 저평가되어 있지만 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안정적이고 실질적인 영업을 통해 수익을 얻는 업종과 기업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조용백(대신경제연구소 기업분석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