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대재난을 일으킨다는 내용의 영화 두편이 잇따라 개봉돼 화제다.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
두 영화는 설정도 유사하다. 어느날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소행성이 관측되고 미국은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박살내기 위해 우주선을 발사한다. 소행성의 파편들로 도시는 쑥밭이 되지만 우주선을 타고 간 우주인들이 목숨을 걸고 소행성을 파괴해 지구를 구한다.
영화가 만들어지던 지난해 12월, 국제천문연맹은 2028년 10월 27일 ‘1997XF11’이라는 소행성이 지구와 약 3만9천㎞(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10분의1)까지 접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궤도의 불안정성과 계산착오로 인해 지구로 돌진해 오면 핵폭탄으로 이 소행성을 공격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해 전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정밀판독 결과 ‘계산착오’로 판명됐지만 이 해프닝으로 두 영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과연 소행성과의 충돌은 지구의 종말을 가져 올 것인가? 과학자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NASA는 지구의 공전궤도와 겹치는 태양계의 소행성을 약 32만개로 추정한다. 현재까지 발견된 것만 7천여개, 매년 수백개씩 새로운 소행성이 관측되고 있다. 충돌시 공룡 멸종이나 빙하기같은 전지구적 환경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지름 1㎞이상 소행성만도 무려 2천1백여개. 7백여개에 달하는 혜성도 지구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영화에서는 과학기술을 통해 ‘소행성 충돌’ 위기에서 지구를 구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별 뾰족한 수가 없는 형편이다. 소행성의 돌진에 핵폭탄의 위력도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NASA는 올해 9월과 11월 소행성 두 개가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20배정도 외곽을 지나가는 것을 비롯, 2020년까지 63개의 소행성이 지구를 스쳐 지나가지만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 박사과정)jsjeong@sensor.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