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젊은 주부로부터 재미난(?) 하소연을 들었다.
“결혼한지 3년 조금 지났는데 지금까지 남편한테 우아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어요. 남편의 귀가시간이 매일 너무 늦기 때문이에요. 늘 부스스한 얼굴에 잠옷차림으로 만나지요. 물론 처음에는 화장하고 예쁜 잠옷차림으로 기다려봤지만 술에 취해 사람도 구분못하는 남자한테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더군요. 아침저녁으로 서로 미운 모습만 보이니 아무리 부부라도 정말 재미없어요.”
정말 그렇겠구나 싶었다. 결혼하고 1년쯤만 지나면 대개의 부부가 가장 편안한, 덕분에 가장 정리안된 차림으로 서로를 대한다. 그러면서도 외출할 때는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깔끔하고 근사한 옷으로 골라입는다. 순전히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정작 아름답고 정돈된 모습을 보여야 할 서로에게는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서 말이다.
분명 어느 부분인가 잘못돼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부부란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이이고 또 그래야 한다. 하지만 젊은 주부의 말처럼 매일 아침저녁 서로 부스스한 모습만 보이는 것은 정말 재미없는 노릇.
사람이 어떤 환경에 한번 익숙해지면 좀체 벗어나기 어렵다. 새로운 시도란 성가시고 번거로운 절차를 필요로 하기 때문. 그렇긴 해도 부부 사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근사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상대가 누구인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바로 사랑하는 아내나 남편이 아닌가. 그리고 상대가 나를 위해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기꺼이 마련하는 것 또한 배우자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