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판정이 프로야구 승부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한국야구위원회의 4개 심판조별로 12일 현재 각 팀의 성적을 세분해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난다.
선두를 독주하고 있는 현대는 골고루 높은 승률을 올렸지만 A조(조장 이규석)가 관장한 경기에선 16승5패로 유독 높은 승률을 올렸다. 2위 삼성은 B조(조장 백대삼)와 궁합이 맞아 19승1무8패.
반면 OB는 A조 경기에서 7승14패, 해태는 B조 경기에서 3승10패로 눈에 띄게 승률이 낮았다.
이를 뒤집어 보면 앞의 네 팀을 제외한 나머지 네 팀은 어떤 심판조를 만나더라도 승률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반증이 된다.
굳이 이처럼 민감한 화두를 꺼낸 이유는 올시즌들어 골이 깊어지고 있는 구단과 심판의 반목이 도를 지나친 느낌이기 때문이다.
한때 피해의식이 극에 달했던 쌍방울 김성근감독은 심판이 특정 구단을 밀어주고 있다고 측근에게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특정 심판에 따른 성적표를 공개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쌍방울은 김감독의 ‘폭탄발언’과는 달리 기자가 조사해본 결과 4개조별로 다른 팀에 비해 훨씬 고른 성적을 올렸다. 후반기 개막전인 7월11일 인천 현대전에서 마운드 높이 시비를 벌였던 B조가 관장한 경기에선 9승10패를 기록, 팀승률과 거의 일치한다.
이틀 연속 현대와 빈볼시비를 했던 C조(조장 김찬익) 경기에서 10승14패로 팀승률보다 약간 낮았던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편차는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8개구단 감독과 심판원들은 위기에 빠진 국내 프로야구를 살리기 위해 12일 서로간의 감정을 자제하자는 결의를 했다. 김성근감독도 그동안의 오해를 풀어버리고 이에 동참했다고 하니 팬으로선 반갑기 그지 없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