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밤부터 11일 새벽까지 경기 파주시는 자연의 위력앞에 망연자실했다. 하늘이 구멍을 열어놓고 바닷물을 한꺼번에 들이붓듯 쏟아진 비는 모두 6백50㎜였다.
사람들은 팔을 걷고 복구에 나섰다. 산사태로 7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된 광탄면은 산에서 쏟아진 흙과 나무뿌리 바위들이 서로 엉켜 마치 거대한 흙의 반죽더미에 집과 나무들과 사람을 뒤집어 놓은 것 같았다.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이 붉은 재앙앞에서 무표정이었다. 얼굴이 창백하고 넋이 나간 사람처럼 동공이 풀려 있었다. 빗속에서 장지로 떠나는 어린 상주의 모습은 사람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파주 도심의 피해지역은 군인들과 경찰의 힘으로 현재 어느정도 복구가 돼가고 있지만 아직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태부족이다. 비에 잠겼던 벼들은 3,4일이 지나면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다. 배추 오이 상추 장미 백합 토마토 모두 물에 쓸려내려 갔다. 어떤 논의 벼는 5일 동안 물에 잠긴 곳도 있다. 이럴 경우 100∼30%의 피해를 본다. 현재 파주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농경지에 잠겼던 벼들을 일으킬 인력과 벼뿌리에 신선한 물을 새로 공급해 줄 용배수로 보수, 그리고 병해충의 방제다. 지금 수해를 입은 들판에서는 여린 일손도 절실하다. 이럴 때 대학생들이 도와주면 큰 힘이 될 것이다. 방학이면 유행처럼 번졌던 농활을 지금 바로 수해현장에서 실천해보자. 실업자들 역시 수해현장에 오기를 권한다. 신문의 구직면만 보지 말고 일손이 필요한 수해현장으로 달려오라.
원희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