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3통장 김영석(金榮錫·40)씨. 6일 새벽 폭우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김씨는 마을 청년들과 함께 주민들을 고지대로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대피를 마쳤을 즈음, 엄청난 산사태가 마을을 몽땅 휩쓸고 갔다. 황급히 집으로 달려갔지만 미처 대피하지 못한 어머니(61)와 아내(38), 두 아들(18,16)은 모두 흙더미에 묻혀 있었다.
아내와 두 아들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연로한 어머니는 끝내 김씨의 절규에 답하지 않았다. 김씨는 다리의 인대가 3개나 끊어졌고 둘째아들도 다리에 큰 부상을 해 수술을 위해 인근병원으로 후송됐다.
김씨의 투철한 책임감으로 인해 이 마을에는 엄청난 산사태에도 불구하고 3명만이 목숨을 잃었지만 정작 자신의 가족은 지키지 못한 김씨는 불효를 참회하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복구작업이 한창인 12일 오후. 김씨는 이 마을이 재민수용소인 고양초등학교와 흙더미에 묻힌 마을을 둘러보며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비록 통장이라는 작은 직책이지만 김씨는 자신의 힘이 어려움에 닥친 마을의 운명을 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속에 복구에 뛰어들었다.
어머니의 장례가 있던 날에도 김씨는 상복 대신 작업복을 입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침수가옥 복구에 비지땀을 흘렸다.
“이번 폭우로 인해 우리 마을은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비록 어머니를 떠나보낸 용서받지 못할 불효자지만 저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마을 주민들을 위해 제가 맡은 책임을 다하는 것이 하늘에 계신 어머니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벽제〓박정훈기자〉hun3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