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블록버스터’를 자처한 영화 ‘퇴마록’만큼 공개되기 전부터 관심과 기대가 집중됐던 영화도 드물 것이다.
PC통신과 책으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소재로 한데다 20억원이 넘는 제작비, 첨단 특수효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와 맞먹을 ‘대박’감으로 점쳐졌기 때문. ‘퇴마록’에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는 실제로 기존의 한국영화에 비해 양과 질에서 모두 우수하다.
비디오 게임속 괴물이 TV화면밖으로 튀어나와 싸우는 장면, 월향검이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고 악령이 퇴마사를 공격하는 장면 등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이미지는 어색한 느낌없이 매끈하게 처리됐다. 석달넘게 공을 들였다는 색보정, 광학작업 등 후반작업의 성과도 시각적 효과가 뛰어난 화면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기존 영화에 비해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 등 ‘볼거리’는 두드러지지만 이야기 구조는 기존 영화에 비해 엉성하다는 것이 ‘퇴마록’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초반에 속도감있게 시작한 영화는 시간이 갈수록 느슨해지고 별 연관이 없는 에피소드들로 분절되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공포와 멜로가 어색하게 결합되면서 끝이 난다. 악령과 퇴마사의 대결을 소재로 한 영화치고 안성기 신현준 등 등장인물들이 밋밋하고 특징이 없다는 점도 기운을 빼는 요소. ‘타이타닉’의 주제곡을 연상시키는 음악은 잘 어울리지 않는 대목에 배치되어 있어 귀에 거슬린다.
소재 자체가 워낙 황당해서일까, 방대한 원작을 2시간 미만의 영화로 짜넣는 것이 어려워서였을까. 성긴 짜임새가 아쉬움을 남기지만 제작사 폴리비전 측은 처음부터 치밀한 이야기 구조보다 볼거리에 치중해 제작했다고 한다. 그 정도라면 목표는 일단 달성한 셈이다. 15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