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세금 안낼래?’
우크라이나 정부가 세금 및 연금기금 체납을 참다못해 주요 세금체납자를 모아놓고 협박하는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발레리 푸스토보이텐코 총리는 12일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기업체 사장 및 간부 1천5백여명에게 예비군 훈련소로 집합하라는 소환장을 보냈다.
뜻밖의 호출을 받고 수도 키예프에서 50㎞ 떨어진 예비군 훈련소에 도착한 세금 체납자들은 새파랗게 질렸다. 높은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쌓여 외부와 차단된 훈련소 안에 마련된 30여개의 텐트와 간이식당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분위기도 ‘포로수용소’에 가까울 정도로 살벌했다.
훈련소 관계자들은 “밀린 세금 및 연금기금을 내기 전에는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겠다”며 체납자들을 위협했다. 주변에는 총을 든 경비병까지 배치됐다.체납자들은 “세상에 이렇게 지독한 정부가 어디 있느냐”며 반발했으나 훈련소측은 “계속 세금을 내지 않으면 이곳에서 힘든 훈련까지 받게 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우크라이나가 이처럼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은 국고가 거의 바닥난 상태인데도 사회 지도층인사는 물론 평범한 국민까지 도무지 세금낼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 현재 연금기금 체납액은 30억흐리브냐(약 1조8천억원), 국세미납액은 70억흐리브냐(약 4조3천억원)에 이른다.정부는 지난주에는 ‘세수증대방안 모색 세미나’를 연다며 세금체납 지역지도자 2천2백여명을 유인, 회의장에 가둬놓고 세금을 성실히 내겠다는 각서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여전히 납세실적이 저조하자 마침내 ‘인질로 잡아 놓고 세금을 요구하는’ 방법을 택하기에 이르렀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