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청춘을 바친 댓가가 겨우 3천만원이란 말입니까? 1억을 얹어줘도 원통할 노릇인데!”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은 모두 ‘퇴출’시키라는 회장의 지시에 따라 회사를 떠나게 된 공과장. 퇴직금 정산차 들러 인사팀장에게 울분을 토했다.
이번에는 미스전의 차례. “회사에 감사드리려고 들렀습니다.” “감사라니?”공과장과는 첫마디부터 달랐다. “8년전 고교를 졸업하고 갓 입사한 저같은 풋내기에게 인생의 기반을 마련해 준 회사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간 야간대학에 다녀 학사가 됐죠. 회사에서 마련해준 강의 덕분에 영어회화도 익숙해졌고요. 혼자 짬짬히 프랑스어를 공부하다 프랑스 유학 준비중인 남자친구도 만났어요. 사내 서클활동으로 꽃꽂이와 서예는 수준급이 됐고 산악회를 통해 좋은 산이란 산에는 대부분 가봤죠. 보너스를 저축해 결혼자금도 장만했어요. 제 삶의 기반은 모두 회사에 근무하며 다져진 겁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사장님께도 말씀 전해주세요.”
공과장은 회식자리에서 언제나 ‘회사를 위하여!’를 외치며 술잔을 들었다. 노래방에 가면 ‘내 청춘 꺼져가네’를 불러댔다. 이와 달리 미스전은 여덟시간을 일한 댓가로 나머지 열여섯시간의 삶을 가꿔왔다.
회사는 짝사랑에 빠져 청춘을 바친 이에게는 한없이 냉정한 곳이 될지 모른다. 같은 회사지만 여기서 삶을 일궈내고 스스로를 가꿔온 이에게 회사는 한없이 고마운 곳이 될 수도 있다.
김원규(퍼스널석세스아카데미·PSA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