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를 둘러싸고 노사간 마찰을 빚어온 현대자동차가 또다시 무기휴업에 들어갔다. 5월27일 노조의 1차파업 이후 다섯차례 전면파업이 있었고 휴업만도 이번이 네번째다. 공장가동이 한달 이상 중단된 상태인데다 그동안 무려 50여건에 이르는 불법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현대자동차 사태를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첫째, 정리해고제는 국민적 합의를 거쳐 법제화해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법으로 정한 정리해고의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지킨 구조조정안이 산업현장에서 적용되지 못하는 상황이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법질서 확립 이전의 국기(國基)와 관련된 문제다.
둘째, 어떤 경우에도 불법 폭력행위는 묵과할 수 없다. 그동안 수십차례의 조업방해와 노조 사수대원에 의해 저질러진 유혈폭력사태는 생산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폭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언필칭 법치국가에서 이같은 사태가 방치될 수는 없다.
셋째, 국민경제에 미치는 타격이다. 지금까지의 파업 휴업만으로도 생산차질 8만3천여대, 매출 손실액은 7천억원에 이른다. 부품협력업체의 손실까지 포함하면 총손실액은 1조4천억원이 넘는다. 수출차질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출주문을 받아놓고도 생산라인이 멈춰서 5만여대의 차량을 선적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몰려 있다. 내수 위축에다 수출마저 어려워져 가동률이 40% 수준으로 떨어진지 오래다. 현대자동차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직접적인 생산 수출차질은 물론 부품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이 불가피해진다. 자칫 국내자동차산업의 기반이 무너져내리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 사태에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이번 사태가 결코 특정회사의 문제로 국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자 사태는 한마디로 한국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의 시험대다.
합리적으로 사태해결이 안된다면 정리해고제의 정착과 대기업 구조조정은 어려워지게 된다. 우리의 노동시장을 주시하고 있는 외국자본의 눈길도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사태해결은 노사 자율과 합의로 원만히 이루어지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정리해고 분규가 장기간 계속되고 공장가동이 완전 중단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고 있는데도 노사 자율에만 맡겨둔 채 불법행위마저 방치한다면 사태는 더욱 꼬이게 된다.
이제 정부가 나설 때다. 더 이상 법질서 유지마저 외면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공권력 투입시기와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어정쩡한 자세로 방관만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