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영화 ‘퇴마록’이 개봉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헐리우드산 대작 영화들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러나 SFX(특수효과)는 상당한 발전을 이룬 반면 연출이나 시나리오는 완성도가 좀 떨어진다는 것이 중평. 그래도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높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퇴마록에는 귀신이 들린다거나 부적으로 귀신을 쫓는 등의 동양적 설정과 신부가 사탄을 물리치려는 서양의 엑소시즘(액막이)적 구성이 섞여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염력 텔레파시 공간이동(텔레포테이션) 등 많은 초심리학적 현상들이 등장한다.
그동안 이런 현상들은 주류 과학의 한 분야로 대접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정신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학자들간에 진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 정신과학계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세끼 히데오는 그 대표적인 인물. 그는 유령소립자인 미지의 소립자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유자’라는 소립자가 바로 그것이다. 유자는 현재 알려진 전자나 중성미자 같은 소립자보다 더 작으며 독자적인 체계를 가지고 있다. 한 가지가 아니라 수십가지의 유자가 존재한다는 가정이다. 알고보면 오늘날 알려진 소립자들도 비슷한 추론 과정을 통해 발견된 것이다.
유자들은 중성미자처럼 평소엔 물질 속을 그대로 관통하지만 어떤 경우엔 다른 소립자들과 상호작용을 해 눈에 보이는 윤곽을 형성한다거나(유령), 물체에 물리적인 힘을 가한다(염력). 또 타인의 두뇌 속에 담긴 정보를 판독하는(텔레파시)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사람의 의지가 개입되는 일이다. 유자 가설은 인간의 두뇌에 유자정보계를 통제하는 중추가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유자 가설은 인간의 기억도 유자로 이루어진 정보라고 해석한다.
영화속에나 나오는 얘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과학적 발견은 바로 이러한 상상력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박 상 준(SF해설가) cosmo@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