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폭우로 오랜만에 서울이 맑게 갠 지난 일요일. 가족과 함께 수영장에 다녀온 주부 이모씨(32·서울 개포동)는 음부가 가렵고 갑자기 질분비물이 많아지자 걱정스런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병명은 ‘캔디다성 질염’. 질이 곰팡이균인 ‘캔디다’에 감염돼 생긴다. 약 75%의 여성이 일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하는 흔한 질병. 곰팡이균이 활동하기 좋은 덥고 습한 여름에 발병률이 높다.
▼증상〓질에서 두부를 으깬 것 같은 분비물(대하)이 나온다. 질 안팎이 심하게 가렵고 화끈거리거나 벌겋게 부어오를 수 있다. 심하면 성관계를 가질 때나 소변볼 때 통증을 느낀다.
▼원인〓성관계로 전염되는 ‘성병’은 아니다. 질에 균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거나 캔디다균이 갑자기 많아지면 염증이 생긴다.
△월경 직전이나 임신 또는 경구용피임약 복용 등으로 질에 영양분이 풍부한 경우 △각종 스트레스나 질병으로 체내 면역력이 떨어질 때 △외부에서 균이 들어오면 스스로 살균하도록 산성(酸性)을 유지하는 질에 이상이 생긴 경우 △습기가 많아지고 갑자기 칸디다균이 많이 들어온 상황 등에서 균이 질에 ‘뿌리’를 내린다.
▼치료〓초기에는 5∼7일간 꾸준히 곰팡이를 죽이는 성분의 연고를 바르거나 긴 질정을 질 안에 넣는 한편 경구용 약을 복용하면 완치된다. 그러나 만성이 되면 계속 재발하며 외음부에 피부염이 생긴다. 이 때는 6개월 정도 치료해야 한다. 초기에 잘 다스리지 않으면 무좀처럼 골치 아픈 질환이 되는 것.
▼재발을 막으려면〓재발율은 45∼50%. 환자의 남편 중 10% 정도가 캔디다균에 감염된다. 특히 여름철 음부습진에 걸린 남편의 음부에 캔디다균이 잠복해 있다 아내에게 재감염시킬 수 있다.
따라서 캔디다성 질염이 자꾸 재발하면 남편도 함께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전문의들이 권하는 재발방지법.
△몸에 끼는 속옷은 피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면 소재의 헐렁한 옷을 입는다 △질내부의 산도(酸度)가 질세척제 때문에 낮아질 수 있으므로 잦은 사용을 피한다 △질부위의 물기를 항상 닦아 건조하게 유지한다 △속옷은 반드시 끓는 물에 삶아 입는다.(도움말〓영동제일병원 노성일원장 02―561―6100,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산부인과 강병문교수 02―224―3628)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