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폭우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그중 지리산국립공원의 물난리를 보며 과연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자연공원법에는 국립공원의 지정목적을 ‘자연풍경지를 보호하고 적정한 이용을 도모하며 국민의 보건 휴양 및 정서생활에 기여하고자 함’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국립공원 관리는 국민의 보건 휴양 및 정서생활에 대한 기여보다 자연 보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공원관리는 접근로 폐쇄와 벌금부과 순찰 등 직접 규제에 치중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욕구와 행태적 특성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만 강화함으로써 눈에 띄지 않는 지역에서의 야영 등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광범위한 자연훼손을 가져오고 이번과 같은 대형사고를 유발하게 된다. 서민들이 즐길 공간이나 시설은 만들어놓지 않고 규제만 하는 것은 주차공간도 없이 단속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이용자들의 의식을 탓하기 전에 공원관리 책임자들의 의식도 바뀌었으면 한다. 공원의 생태적 특성과 수용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좀더 많은 사람을 안전하게 수용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바람직한 공원관리는 이용자들에게 정보와 지식을 제공해 스스로 행위를 자제하도록 만드는 간접규제방법이다. 공원관리자들은 자연보호라는 명분아래 관리의 편리성을 추구하는 자세를 탈피하고 실질적인 자연보호와 방문자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자세로 임해야할 것이다.
김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