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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현대自 농성 곧 강제해산…병력투입 불가피』

입력 | 1998-08-19 09:17:00


“마지막으로 경고합니다. 여러분 자신은 물론 가족들을 위해 지금 즉시 퇴거해야 합니다. 이제는 시간이 없습니다.”

1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상공을 돌던 헬기에서 회사측의 ‘최후통첩’이 뿌려졌다. 이곳 노사가 정부의 막판 중재를 거부하고 타협의 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농성중인 노조원 3천여명을 해산시키기 위한 경찰 투입은 시간문제로 다가왔다.

그러나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이날 “경찰 투입은 유보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한데 이어 국민회의의 노무현(盧武鉉) 정세균(丁世均)의원 등 7명의 중재단이 현장에 급파돼 노사간 물밑 대화가 이어지고 당분간 대치국면이 계속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경찰 ▼

경찰은 이날부터 7개 공장 출입구에 전경 4∼5개 중대 5백여명씩을 배치, 일반 조합원의 사내 농성합류를 막고 있다.

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으로 통하는 주요 간선도로에서 검문검색을 강화, 대학생 등의 농성합류를 차단했으며 사내 농성자 가운데 부녀자와 어린이를 격리시킬 여성 경찰기동대 1개 중대 1백여명을 이날 오후 울산공장 정문 앞에 배치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4시부터 2시간반 동안 전경 1백개 중대 1만2천여명과 물대포 페퍼포그 차량 등을 동원,7개 출입구를 완전봉쇄하는 등 경찰 투입에 대비한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농성중인 조합원과 가족 등 2천5백여명은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채 각 출입구에서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 회사·노조 ▼

회사측은 사내에 있던 상황실을 회사 바깥으로 옮기고 휴업조치 이후에 계속 근무토록 했던 비상요원도 전산실과 도장공장 관리요원 30여명만 남기고 나머지 2백70여명은 회사 바깥으로 철수시켰다.

회사측은 또 사내 주유소의 기름을 비우고 가스밸브를 잠그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노조도 경찰 투입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천막 농성장과 가장 가까운 본관 정문 등 출입구에 출고 직전의 완성차량과 철구조물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 중재 ▼

국민회의 노무현의원 등 7명의 중재단도 현장에서 노사 양측과 접촉, 중재안을 모색하는 한편 경찰에 대해 병력 투입 자제를 요청해 적어도 19일까지는 충돌을 모면할 공산이 크다.

이에 앞서 이기호(李起浩)노동부장관이 17일 현지에서 노사 양측에 대해 “중재를 요청하면 합리적인 중재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제의했으나 양측이 거부, 사실상 자율적인 사태해결이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남(金相男)노동부기획실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양측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정부 중재안이 어떤 내용이 될지를 몰라 불안해 하는 것 같다”며 “노조가 계속 ‘정리해고 전면철회’를 요구하는 한 중재가 성사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울산〓정재락·권재현·이완배기자〉jr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