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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갈등탐구]양창순/돈문제는 아주 투명하게…

입력 | 1998-08-19 19:18:00


신혼부부가 진료실에 들어서면서도 말다툼을 그치지 않는다. 원인은 돈 문제.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어느새 재정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리고 대개 그러하듯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느라 바빴다.

아내는 집안을 예쁘게 꾸미려고 소품을 샀다. 이를 불필요한 충동구매로 여기는 남편은 아내의 낭비벽을 의심했다. 아내는 작은 돈에 인색하게 구는 남편이 하루 술값으로 몇십만원을 써대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고 화를 냈다. 남편도 열을 올렸다. 어쨌든 친구들이 열번 내면 나도 한번은 내야 하는 것 아니냐, 남자의 사회생활을 가로막겠다는 거냐….

재정적인 문제는 모든 부부에게 성문제 다음으로 큰 싸움의 원인.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의 80%는 돈 문제를 생각하는데 보낸다고 주장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재정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과 책임. 둘을 유지하려면 아주 작은 지출도 서로 의논하고 결정하는 버릇을 몸에 익혀야 한다. 의견이 다를 때는 다투기보다 바로 그 점이 서로를 견제해 소비와 지출에 균형을 유지시켜준다는 점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검토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기는 돈에 대해 대범한 척하며 교묘하게 아예 재정문제로부터 도피하는 사람이 있다.

배우자가 이런 타입이라면 아내나 남편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모든 재정문제는 다 드러내놓도록 한다. 아주 작은 지출이라도 일일이 계획하고 기록해 균형을 맞추도록 하는 한편 책임도 함께 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