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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회장, 「세제 필요없는 세탁기」 세계 첫개발

입력 | 1998-08-19 19:18:00

김희정 회장


“세제가 필요없는 세탁기 개발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물’ 개발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경원엔터프라이즈㈜ 김희정(金姬廷·51)회장. 오직 물만으로 빨래를 해도 세제를 넣었을 때와 똑같은 세척력을 갖는 신개념의 세탁기 개발에 성공해 ‘대한민국’ 주부들의 이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주인공이다.

대우전자는 이 기술이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될 것으로 판단, 현재 로열티협상을 진행중에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그다지 대단한 발명을 한 것이 아니라고 담담하게 말을 잇는다.

“우리사회는 환경문제의 가장 기본적인 물처리에 대해 너무 소홀합니다. 깨끗한 물을 만들려는 10여년의 노력이 이제야 결실을 이루게 된 셈이죠.”

목소리 마디마디에 힘이 실려 강인한 이미지를 풍기는 김회장은 연구도 직접하고 연구실에 붙어살아 박사학위를 몇개나 갖고 있을 것 같지만 본래 전공은 미술이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사회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김회장은 대학졸업후 신문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후 취재활동을 하며 기업가들과 자주 접촉을 하게 된 것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다.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처음 시작한 사업은 의료기기 수입 판매. 군납으로 사업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면서 내친김에 직접 의료기기 개발에 손을 대기도 했으나 기초지식 부족으로 한계를 느껴 87년 뒤늦게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된다. 미국 미주리대에서 생소한 입자물리학을 공부했다.

처음엔 첨단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소재연구에 몰두하다가 공해를 유발시키지 않는 물의 개발이야말로 가장 유망한 연구과제라고 판단, 그후부터 물과의 본격적인 인연을 맺는다.

틈틈이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정비하던 김회장은 90년 현재의 경원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하고 물분해에 필요한 촉매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유통업에까지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이때 미국의 거대 할인점인 월마트가 언젠가는 한국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판단한 김회장은 상표권에 착안했다.

그래서 그가 취약한 우리나라 유통시장을 보호할 목적으로 90년 국내에 월마트상호를 직접등록, 지금까지 상표권을 둘러싸고 월마트와 소송중에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이번 개발에 성공한 세제가 필요없는 세탁기는 94년에 1차 성공을 마친 기술에 상품성을 강화한 제품이다.

김회장은 폐수중 가장 처리가 까다로운 계면활성제(거품세제)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심하던 중 계면활성제 성분과 같은 물을 만들어내기로 결정한 게 이 기술개발의 배경이라고 설명.

기술시연회에 참석한 대우전자의 박찬규 책임연구원은 “세척력과 경제성에서 모두 뛰어난 수준”이라며 “전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될 가능성이 충분해 곧 상품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슬하에 2남을 두고 있는 김회장은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 서울나들이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충북 음성에 있는 경원생명과학연구소 연구실에서 거의 시간을 보낼 정도로 연구에 열성적이다.

오폐수처리와 관련, 또하나의 획기적인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김회장은 “물뿐만 아니라 대기오염 등 환경과 관련한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우리나라 본래의 깨끗한 산하를 되찾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균기자〉jung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