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가을인가. 천둥 먹구름 그리고 처참한 물난리의 악몽속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을. 먼곳에서부터 가을의 발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20여일 동안 전국 곳곳을 휩쓸었던 장대비도 어느덧 아침 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에 밀려가는 분위기다.
기상청은 “이번주초 중국 북부 몽골지역의 일기도상에 저온건조한 유라시아 고기압이 나타나면서 점차 확장을 거듭, 한반도에 차가운 북서풍을 불어넣고 있다”고 밝혔다. 보통 몽골지역에 이 고기압이 나타나면 가을날씨가 시작되기 때문에 몽골고기압을 ‘가을의 전령’이라고 부른다.
올해 가을날씨가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것은 엘니뇨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평년에는 이맘때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강해 몽골에 위치한 고기압의 세력이 한반도까지 남하하지 못할 시기라는 것.
이 때문에 평년 같으면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야 할 요즘 한반도는 19일 아침 최저기온이 전북 장수가 16.8도, 충남 아산이 18.6도, 서울 22.8도, 대구 22.4도 등으로 대부분 지방이 선선한 날씨를 보였다. 기상청은 “처서(處暑)인 23일경 전국적으로 또 한차례 비가 예상되지만 큰 비는 없을 것”이라며 “북서풍의 유입으로 폭염 걱정도 크게 덜었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