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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특기생 입시 부정

입력 | 1998-08-19 19:18:00


체육 특기생 선발을 둘러싼 입시부정이 또다시 불거졌다. 고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특기생 자격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대학과 고교팀 감독에게 거액을 건넨 사실이 검찰에 적발된 것이다. 검찰은 이미 고교팀 감독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관련 대학팀 감독과 학부모들도 곧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번 사건은 이전의 비리와는 규모나 성격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몇몇 선수와 대학간에 은밀하게 거래가 이뤄졌던 과거와는 달리 대부분의 대학과 고교팀 감독이 연루될만큼 비리가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체육 특기생과 관련된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대학이나 교육당국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입시가 끝나면 거의 예외없이 금품거래와 관련한 소문이 떠돌았다. 우수 특기자를 가리는 기준에 주관적 측면이 있는만큼 근거없는 루머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결과를 보면 특기생의 금품거래는 이제 관행처럼 굳어진 느낌이다. 5개 뿐인 국내 대학 아이스하키팀에서 한해 수용할 수 있는 신입생이 40명 정도에 불과한데도 지난 3년간 금품을 건넨 학부모는 1백여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기생 입학비리가 사라지기는커녕 날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돈으로 대학 입학 자격을 팔고 사는 이같은 비리는 척결되어야 마땅하다. 다른 우수한 특기자의 대학진학 기회를 가로막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중고교의 체육활동이 대학 입학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순수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체육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같은 비리는 비단 아이스하키 종목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따라서 검찰은 다른 체육 종목에서도 유사한 비리가 행해지고 있는지 철저히 가려낼 필요가 있다.

이번에야말로 체육 특기생 입학비리를 반드시 뿌리뽑아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아직까지 각 대학의 학생선발 방식은 교육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으나 특기생 선발만은 대학 자율에 맡겨져 있다. 대학들이 이런 작은 권한조차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처리할 능력이 없다면 큰 문제다. 무시험 전형 등 학생선발권이 대학에 모두 이양되는 시대를 바로 눈앞에 두고 있다.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해당 대학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아무리 감독이나 선수들 사이에 오간 일이라고 해도 대학당국의 묵인이나 방조없이는 입시비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학운영의 자율화시대를 맞아 어느 때보다 대학의 책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대학 스스로 자율화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