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5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세워진 독도박물관이 수해를 입었으나 복구비가 없어 개관 1년만에 휴관에 들어갔다는 보도다. 독도가 자국 영토라고 억지 주장을 펴는 일본을 생각하면 외부에 알리기도 민망한 소식이다. 지난해 8월 삼성문화재단이 건립해 울릉군에 기증한 이 박물관은 최근 폭우로 옹벽이 무너지고 고압전기선로가 파손돼 개관이 불가능해졌는데 군으로서는 2억3천만원의 복구예산이 없어 휴관하게 됐다는 것이다.
▼개관 당시 박물관을 독도 수호의 전진기지이자 독도의 소중함을 알리는 교육현장이 되도록 하겠다는 관계자들의 다짐은 다 어디 갔는지 한심스러울 뿐이다. 울릉도의 관문 도동항에 들어서면 한 눈에 보이는 독도박물관은 개관 이래 4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각종 사료를 통해 신라시대 이래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보여주며 울릉도의 명소 중 하나로 자리잡아 가던 중이었다.
▼수해복구를 위한 예비비가 약간 있으나 수재민 구호용으로도 모자라 박물관 기증자인 삼성측에 복구비 부담을 당부했다는 게 울릉군 관계자가 밝힌 대책 아닌 대책이다. 울릉군의 연간 세입은 불과 14억원. 가난한 재정에 박물관 운영비 4억원이라는 거금을 도는 물론 중앙정부의 한푼 지원 없이 가까스로 마련해오다 수해까지 입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딱한 재정사정을 알게 해준다.
▼민간이 기부한 문화시설 하나 운영할 능력이 없어 쩔쩔매는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을 보면 얼마전 정부가 기획했던 박물관 등 문화시설의 지방이관이 얼마나 무책임한 탁상공론인지 알 수 있다. 지어만 놓고 문이 잠겨있는 문화 복지시설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독도의 상징성을 생각할 때 독도박물관의 장기휴관은 국가적 수치다.
〈임연철 논설위원〉ynch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