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꼬리를 뗀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행보에 가속이 붙고 있다.
김총리는 18일 국민회의 자민련 한나라당을 방문한데 이어 19일 오전 국민신당을 찾았다. 오후에는 헬기편으로 집중호우 피해가 심한 충북 보은, 경북 의성 상주지역을 둘러보았다.
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내각제 개헌문제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는 “최근까지 계속됐던 6개월간의 정치공백을 생각해 보라. 이래도 대통령제를 계속 하자는 것은 나라보다는 개인의 욕심을 앞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총리는 앞으로 ‘정식총리’로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만나 국정을 논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김총리가 전날 인사차 한나라당을 방문했을 때 이기택(李基澤)총재권한대행에게 야당지도부를 초청하겠다는 뜻을 전하자 이대행도 이에 흔쾌하게 응했다는 것이다.
김총리는 “자민련 명예총재가 아니라 국무총리 자격으로 야당 지도자들을 교대로 만나 국정운영을 위해 협조를 받아낼 부분은 받아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의 발언은 국정운영이나 민생을 위해 야당과 협조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하지만 짧게는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의 정국상황과 멀리는 내년 이후 본격화될 내각제 정국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총리는 경제위기 상황 때문에 속도조절을 하면서 소리나지 않게 내각제개헌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공동정부운영협의회의 구성에 대해서도 “내가 이렇다 저렇다 자꾸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한발 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