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그룹간 사업을 맞바꾸는 사업교환(빅딜)보다는 같은 업종의 기업을 통합해 대규모 공동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19일 “5대그룹간 빅딜은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실제적인 결실을 얻기까지는 어려움이 많다”며 “그보다는 우선 같은 업종의 기업을 하나로 묶는 공동법인 설립쪽으로 논의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동법인 설립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업종은 항공기제작과 석유화학 통신장비사업 등이다.
5대그룹 구조조정 추진실무팀은 공동법인 설립으로 구조조정이 손쉬운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이달말까지 구체적인 윤곽을 잡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법인 설립은 같은 업종의 기업들이 각자 갖고 있는 설비나 자산을 현물로 출자하고 대표기업의 경영자나 전문경영인이 경영토록 하는 방식이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 삼성 대우 한진 현대 등 4대그룹이 중복투자하고 있는 항공기 제작분야는 오래전부터 공동법인 설립이 추진돼왔으나 이번 구조조정 논의를 계기로 급진전될 전망이다.
산업자원부도 이같은 방안을 지원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에는 산업은행 등 금융권 부채를 공동법인에 출자전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업계도 여천 대산 등 석유화학 단지내에 있는 각 사의 설비를 한데 묶어 단지별로 단일회사를 만드는 것이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유화업계에서는 감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감산을 위해서는 공동경영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장비분야에서도 공동회사 설립방안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전자교환기 4사를 1,2개사로 줄여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삼성 LG 대우 한화 등이 한 회사로 몰아줄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공동회사 설립안이 전격적으로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각 기업이 사업부문은 그대로 소유하고 경영만 떼어낸다고 해서 바로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공동회사설립은 기업들이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