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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25시]「최송임 대만귀화」비난만 할수는…

입력 | 1998-08-19 19:30:00


부산 동주여상 최송임을 비롯한 여고농구선수들의 대만귀화(본보 8일자 보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오죽하면 귀화까지 생각했겠느냐”는 동정의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돈벌이를 위해 국적까지 버린다”고 목청을 높이는 이도 없지않다.

기자는 이들에게 “귀화를 놓고 이러쿵 저러쿵 하기 전에 먼저 선수의 입장이 되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최송임은 부산 동구 좌천1동 단칸방에서 산다. 식구는 아버지와 두 자매. 아버지는 생선 냉동창고에서 일하며 어렵게 두 딸을 키운다. 최송임은 아버지의 짐을 덜기위해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 내년 2월 여고를 졸업한 뒤 실업팀에 가지못해 빈둥거리기라도 하면 아버지를 볼 면목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파동으로 실업팀도 사정이 어려워져 취업의 길이 막혔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마당에 대만 클럽팀으로부터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국적을 대만으로 바꿔야 한다는 조건으로.

이럴 때 과연 거절할 수 있었을까. “나는 대한의 딸이니까 굶어 죽어도 귀화는 할 수 없다”고 버틸 수 있었을까.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최송임의 문제를 정진경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정진경은 국내 실업팀의 입단제의를 마다하고 대만으로 건너간 케이스. 이바람에 신용보증기금팀이 해체되기까지 했다.

정진경에게는 “자신만을 위해 조국까지 버리려한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대한농구협회가 그에게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내린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송임은 다르다. 대만귀화는 국내의 어느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생계를 위해 마지막으로 택한 길이었을 뿐이다.

탓하기 전에 먼저 뛸 곳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국내에서 받아만 줬다면 가라고 등떼밀어도 가지않았을 선수들이 아닌가.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